차에서 내리자 비릿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영산포 등대 앞으로 펼쳐진 홍어의 거리에 도착했다. 흑산도에서 잡은 홍어가 이곳까지 오면서 저절로 삭았다는 설이 있을 정도로 영산포는 내륙 깊숙이 자리한 포구다. 사실 홍어의 주산지는 흑산도 근해이다. 하지만 나주 홍어를 찾는 데엔 이유가...
신안 임자도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한 마음의 갈림길 전 국토가 섬인 일본을 제외하면 1004개의 섬을 간직한 신안군은 전체 행정구역이 섬으로 이루어진 흔치 않은 곳이다. 임자도는 신안의 최북단에 위치하고 황하강의 물줄기가 이어지는 곳에 자리잡고있다. 임자도는 최근 튤립축제로 그 유명세를 떨치고 있으나 예전부터...
요즘 사람들은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돈을 주고 무언가를 살 때 후기를 찾아본다. 그게 기저귀가 됐든 차가 됐든 말이다. 조회수가 높은 후기가 그러하듯 여기도 좋은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니다. 이 인터뷰는 진 도에서 열리는 ‘토요그림경매’ 즉, 그림 경매에 대한 후기다. 사는 곳도, 회사도 서울인데...

도시를 무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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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세계 마당 페스티벌'의 공연 장소는 목포의 어제와 오늘이다. 역사적으로 무겁게 그려질 수 있는 공간에 진지한 도발을 날린 극단 갯돌의 손재오 감독을 만나봤다. 마당극이라고 하면 길거리에서 하는 게 어색하지는 않다. 우리 시대의 마당이라고 하면 아스팔트 위일 수밖에 없다.맞다. 전통의 물리적 개념과...
"고슴도치 도예가 한갑수" 그는 돈을 ‘소소한 행복의 도우미’정도로 부르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또 스스로를 그저 예술가인척 먹고 살뿐이며, 이런 행위를 나무라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되뇐다. 다만 더듬이와 촉수를 열어두고 늘 자신의 것을 찾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날마다, 주억거린다. 어영부영 속에 행복이 우글거린다. ‘어영부영 사는게...
지금부터 이어질 이야기는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가 아닌 ‘정말 죽었을까’부터 시작됐지만 그 질문은 헛되었다. 진짜 중요한 것은 ‘정말 죽었을까’가 아닌 ‘그들이 누구인가’였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바른 질문 갖기까지의 과정이다. 현해탄에서 멈춘 그들의 시간 윤심덕과 김우진은 1926년 8월 2일 새벽 4시경 부산으로 향하던 관부선...
머리를 곱게 매만지던 참빗의 역사  우리나라 빗의 역사는 기원전 1세기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낙랑고분에서 출토된 것을 가장 이른 시기로 본다. 한편, 참빗의 시작은 조선 시대 관아에 속해 참빗을 만들던 죽소장(竹梳匠)을 그 출발점으로 삼는다. 대나무로 만든 빗살이 촘촘한 머리빗인 참빗은 크기에 따라...
물과 물 사이에 놓여 쉽사리 누군가를 허락하지 않는 완고함. 지나치게 느린 속도. 도시문화와 동떨어진 세련되지 않은 생활상. 사람들은 대부분 ‘섬’ 하면 이런 이미지를 먼저 떠올린다물론 앞서 열거한 단어들은 여전히 섬이 간직하고 있는 표정의 일부이기도 하다. 하지만 섬에는 지나온 세월과 느리지만...
우리 ‘보통의 존재’는 흔히 격려와 위로를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서 찾으려 한다. 하지만 외부로 돌려진 시선은 때때로 적잖은 가슴앓이를 낳는다. 쉽사리 그칠 줄 모르는 마음에 부는 서늘한 바람. 그늘 속 에 낮게 웅크린 나를 일으켜 세워 환히 바라보는 시간. 손...
해마다 설날이나 추석이 돌아오면 언제나 특별한 간 식을 맛보곤 했다. 외할머니가 손수 만드신 한과가 바로 그것이다. 명절이 시작되기 몇 주 전부터 시골을 찾아올 손자들을 위해 외할머니는 잠을 쫓으시며 밤새 한과를 만드셨다. 한 입에 넣고 씹으면 부드럽게 녹아드는 유과, 바삭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