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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무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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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세계 마당 페스티벌’의 공연 장소는 목포의 어제와 오늘이다.
역사적으로 무겁게 그려질 수 있는 공간에 진지한 도발을 날린 극단 갯돌의 손재오 감독을 만나봤다.

극단 갯돌을 이끄는 손재오 감독은 ‘목포세계마당페스티벌’의 정신을 강조한다. 문화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의지와 열정이 목포세계마당페스티벌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마당극이라고 하면 길거리에서 하는 게 어색하지는 않다. 우리 시대의 마당이라고 하면 아스팔트 위일 수밖에 없다.
맞다. 전통의 물리적 개념과 지켜야 할 가치를 동시에 수용해야 하는 것이 마당페스티벌의 의미다. 극적인 요소가 아닌 마당 안에서 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는 여러 가지 장치를 설치했다.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이다. 종목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우리가 선정한 마당들은 소외된 곳이다. 그리고 역사성이 있는 곳이다. 그런 점에 차별성을 두었다.

소외된 곳이라면 구시가지를 말하는 건가?
그렇다. 우리는 주로 소외된 지역들을 순회한다. 도시는 항상 불균형하다. 우리가 어느 정도 도시의 무게 추를 맞추는 게 우리가 할 일이라고 판단했다. 그렇게 달려온 게 어느덧 13회를 맞았다.

사회 즉, 도시에서 예술가들이 해야 할 일이 현실과 사람의 교차점을 융화시키는 것에 있다고말하는 건가?
그렇다. 그게 우리가 할 일이다.

이번에 갯돌이 선정한 공연 장소도 교차점을 융화시키는 데 한몫을 하고 있나?
우리는 번화가를 중심으로 좌우로 뻗어 가며 영역을 확장시키고 있었다. 이번 장소들은 우리의 의도에 구체성을 띄우기 위함이다. 특별히 근현대 건축물이 있는 곳에서 공연하는 이유는 도시 백 년의 역사를 조망해보자는 것이다. 근대 역사 문화의 거점은 구시가지에 있다. 일제강점기에 조계지였던 곳이기도 하다. 목포의 역사가 시작된 이 지역은 우리가 기억하고 보존해야 할 곳이고 살려야 할 곳이다.

의미는 있지만, 그것이 통일성까지 주는 거 같지는 않다. 혹시 개인적인 추억이 있는 공간도있나?
추억이 담긴 곳은 세무서 앞 포장마차다. 지금은 세무서 건물만 남아있고 포장마차는 없다. 청춘과 고뇌가 응축된 곳이다. 나도 그곳에서 사랑과 인생을 이야기했다. 지금 목포 중장년층의 추억이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즐겁고 괴로운 공간이다. (웃음) 다른 곳은 공간이 담고 있는 과거가 현대에도 이슈가 되는 곳이다. 이슈라고 하는 건 ‘다순구미’ 보리 마당 같은 경우는 이제 곧 철거를 앞두고 있다. 그런 시점에서 우리가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곳은 목포가 태어난 곳이다. 섬에서 육지로 넘어온 사람들이 살던 곳이다. 다순구미가 없다면 목포도 없고 그곳은 목포의 뿌리와 같다.

구 일본 영사관에서도 공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곳은 조계지의 심장부였다. 근대 건물로 문화재로 등록된 곳이기도 하다. 영사관 근처에는 목포에서 신의주 가는 열차가 다녔다. 통일 1호선이 지나던 곳이다. 가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공연도 구 일본 영사관에서부터 시작한다. 우리가 설정한 주제 공간 중 하나다. 주제는 ‘한여름 밤의 꿈’이다. 모든 게 동시다발적으로 밤에 이루어진다. 영사관에 있는 뜰, 뒤편에 일본인들이 뚫어 놓은 높이 2미터 길이 70미터의 방공호에서 공연한다. 자유로
운 분위기에서 라이브로 공연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조기 역사교육이 유행이다. 국민이 자국의 역사에 관심이 있는 건 여러 가지로 좋은 현상이다. 공연을 보기 위해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될 거 같다.
아이들은 부모에게 여기가 어디냐 부터 물어볼것이다. 목포는 유달산을 기준으로 일본인이 살았던 곳과 조선인이 살았던 곳이 분명히 나뉜다. 두 지역의 경계가 ‘오거리’다. 다른 공연장소 중 청년회관이 있는데 그곳은 청년들이 모여 지역의 문제를 놓고 의논하던 곳이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마련한 아지트 역할을 하던 곳이다. 그곳에서 목포의 모든 사회 운동이 시작
됐다. 지금은 소극장으로 쓰고 있다. 그곳에서는 ‘춤추는 숲’이라는 독립 영화를 상영할 예정이다. ‘목포사람들’이라는 페이스북 모임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동시다발적으로 공연이 진행되는 거 같은데 관객들이 왔을 때 놓치는 공연이 생겨 아쉬워하지 않을까?
근현대 공간에서 진행되는 공연은 기획 이슈로 편성한 것이다. 영사관 공연은 2일, 다순구미 1일, 청년회관 1일, 세무서 앞 포장마차 거리 1일로 진행된다. 차 안 다니는 거리에서 열리는 상시 공연도 시간 일정이 겹치지 않게 편성했다.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된다.

공연을 통해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
시민은 여기가 귀한 공간임에도 생활 공간이기 때문에 가치를 잊고 산다. 잊힌 가치를 상기시켜주고 외지인들에게는 배움의 장터가 되길 바란다. 우리는 근대를 보살피지 않는다. 지금의
우리를 연결하고 있는 건 조선 시대가 아니고 근현대다. 오히려 미래와 더 친한 게 요즘의 우리다. 사실 미래는 멀리 있는 친구다. 정말 가까운 근대와 친해지고 근대에서 미래를 본다면좋지 않겠나. 근대를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미학적인 요소들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공간 장소가 무거워서 그렇지 자빠져 노는 건 똑같다. 흥겹게, 우리가 하던 데로 말이다. 말 그대로 축제다. 흥겹게 노는 것. 그 이상 무엇이 있겠나.

극단 갯돌의 욕심은 무엇인가?
지역사회에서 제 역할을 수행하는 극단이 되는 것이다. 앞으로는 극에 집중할 생각이다. 11월 말에 예정된 공연이 있다. 민초로는 최초로 외국에 나간 사람의 이야기다. 우리가 있는 곳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그게 우리의 욕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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