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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평 자희자양 주조장 자희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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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희자양 대표 노영희(52세)씨. 그녀는 충청도 농가에서 맛본 막걸리 맛에 반해 전통주 사업에 뛰어들었다. 나름 음식 솜씨가 좋아 혼자서도 거뜬할 거라 생각했다. 아니었다. 혼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어설픈 막걸리 맛이 났다. 이에 노 대표는 전통주의 대가 박록담 선생님 제조로 들어가 술 빚는 방법을 배운다. 그곳에서 그녀의 표현에 빌리자면 술에 미친 여자가 되었다. 누룩과 물이 발효되어 술되는 과정이 노 대표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누룩의 양에 따라, 밑술을 고두밥만 하느냐, 죽으로 만 하느냐, 아니면 둘 다 섞는 것으로 하느냐 따라 술맛이 달라졌다. 

얼마 후, 노 대표는 고향 함평에서 국화대전 국화주를 빚을 사람을 찾는다는 소식 을 들었다. 그녀는 직접 만든 술을 가지고가 군청의 승낙을 받았다. 그리고 혼자 고향 집으로 내려와 술을 빚기 시작하였다. 시작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죽을 발에 쏟아 찬물로 뛰어 들어가기도 하고, 무거운 항아리를 혼자 낑낑대며 안채까지 옮겨야 했다. 살얼음을 깬다고 친정아버지에게 구박을 듣기도 했다. 

“한때는 저온 시설이 없어, 축제 때 팔 막걸리가 한순간에 맛이 간 적이 있었어요. 비 내리는 장마철에 혼자 바닥에 앉아 내내 울었죠. 그 술을 팔아 원료를 다시 사야하는데 술이 한순간에 식초가 되어 버리고. 죽고 싶을 만큼 얼마나 힘들던지. 한나절 내내 우니깐 눈물도 안 나오고 웃음밖에 안 나오더군요.” 

지금 노 대표에게는 든든한 지원자가 있다. 바로 그녀의 두 아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어머니의 술맛은 인정하고 찾아와주니 젊은 아들들도 자부심을 느끼고 주조장의 궂은일을 도와준다. 큰아들은 이번 국선생 막걸리 부분에서 3등을 했다. 와인과 발효공부도 꾸준히 한다. 작은아들은 소믈리에 같은 뛰어난 미각으로 막걸리를 맛본다며 노 대표는 고운 미소로 아들바보가 된다. 

대한민국 유일 주조장 

“여기가 대한민국 유일 주조장입니다. 이렇게 손수 쌀을 퍼내고, 항아리 독에서 술을 숙성시키는 곳은 저희가 유일하죠. 술 빚는 것은 고부가가치 가공사업입니다. 여기 보이는 작은 독에 25만 원치 출고가격이 나오죠. 큰 독과 작은 독, 모두 합쳐 이곳에 700~800개의 독이 있습니다. 저희 주조장의 특징은 고두밥과 죽을 동시에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처음에 죽을 끓여 차갑게 식혀요. 그리고 누룩을 넣고 하루정도 있으면 다음날 효모가 증가하지요. 이것을 고두밥과 섞으면 됩니다.” 

노 대표는 설명한다. 자희향은 죽을 끓이고 고두밥을 쪄내 배합하는 이양주(二釀酒, 두 번의 덧술을 하여 숙성시킨 술) 방식이다. 여기저기 쪄내는 고두밥과 죽으로 인해 주조장은 수증기로 가득하다. 마치 방앗간을 연상시킨다. 

하루정도 효모를 숙성 시키면 고두밥과 발효실 항아리 독에 넣는다. 발효실 온도는 32도에서 36도이다. 38도를 넘으면 효모는 죽게 된다. 그녀의 안내에 따라 발효실로 들어가니 눈이 맵다. 발효시 발생하는 탄산가스 때문이란다. 자희향 숙성시간과 숙성온도는 와인과 흡사하다. 효모증식은 하루, 발효는 이틀, 숙성은 3~4개월 걸린다. 

전국 막걸리 수량을 감당하려면 손수 쌀을 옮기고, 항아리 닦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닐 텐데 그녀는 전통 방법으로 술을 빚는다고 한다. 

“앞으로 회사 규모가 더욱 커지면 일부분은 자동화를 하겠죠. 하지만 항아리를 다른 주조장처럼 스테인리스로 바꾸는 것은 아닙니다. 스테인리스통으로 옮기는 과정에 다른 오염물질이 들어가 맛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아무리 항아리가 잘 깨져도 이는 감수해야 합니다. 지금은 오히려 항아리가 편해요. 세척도 편하고 옮기기도 쉽습니다. 유명하면 유명할수록 책임감을 가지고 해야죠.” 그녀는 우리나라 최고의 전통 술이라고 찬사를 받고 있으니 더욱 부담감을 가지 고 술을 빚어야 한다고 말한다. 

단맛의 단점을 장점으로 

자희향은 단맛이 강한 탁주이다. 기술 연구소에서는 아스파탐을 조금만 넣으라고 할 정도였다. 자희향은 첨가제가 일절 들어가지 않는다. 

술은 원래 처음에 시고, 달고, 쓰고 등의 5味가 있는 법이다. 막걸리의 단맛은 처음 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다. 어느 정도 숙성기간이 지나면 단맛이 나는데 이때 막걸리 의 달보드레한 맛이 생긴다. 대부분 주조장들은 숙성 21일이 지나면 청주와 지게미를 분리한다. 하지만 이 둘을 분리하면 감칠맛과 단맛을 얻을 수 없다고 노 대표는 말한다. 

“효모는 당을 먹고 알콜과 탄산가스, 열을 배설하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가 말하는 숙성과정이입니다. 이후 효모는 어느 지점에서 더 이상 증식을 멈추고 사멸해버립니다. 이를 통해 다른 첨가물 없이도 술에서 단맛이 나는 것입니다. 자희향의 장기숙성을 따라 현재 전국 주조장에서도 벤치마킹을 하고 있죠.” 달고 향기가 좋아 자희향은 남녀노소 인기가 좋다. 노 대표는 어제 막 걸려놓은 술독을 열어 술맛을 보여준다. 맛이 달콤하고 취기가 적어 일본처럼 길거리에 서서 마셔도 인기가 좋겠다. 술은 숙성기간에 따라 조건에 따라 손맛에 따라 그리고 장인의 마음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다. 노 대표는 혼과 정성이 들어가기 때문에 ‘술을 빚는다’라고 설명한다. 예술적 표현을 빌려 정성스레 술을 빚는 그녀의 장인 정신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자희향은 죽과 고두밥을 쪄내 배합하는 이양주(二釀酒)방식이다. 하루 정도 고두밥을 숙성시킨 뒤 발효실과 숙성실을 거쳐 자희향을 얻게된다. 전통 항아리 숙성방식을 유지하는 자희향의 발효실 내부. 

프리미엄 막걸리로 이룬 성과물 

자희향은 서울 광화문 막걸리 라운지가 있을만큼 맛좋고 유명한 막걸리다. 원래 한복디자이너 이효재 씨의 갤러리 장소였다. 이곳에서 일본 여행객들에게 한국 문화을 알리고 막걸리를 팔았다. 하지만 지금은 자희향 전용 막걸리 라운지로 바꿨다. 자희향 이름을 걸고 판다. 노 대표가 함평에서 직접 OEM 방식으로 만들어 올린다. 

막걸리 소믈리에 체험에서 일본인 여행객들에게 막걸리 시음을 한 적이 있었다. 이때 체험교실에서 막걸리 맛본 일본인들의 입을 통해 자희향이 유명해졌다. 한때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에서는 자희향이 여행객들의 인기 품목이었다. 

자희향은 맛도 맛이지만 가장 눈에 돋보이는 것은 유리병이다. 시중의 막걸리는 보통 투박한 플라스틱 통에 담기 마련이다. 하지만 자희향은 유리병에 담아 고급스러운 프리미엄 탁주가 돋보인다. 

“자희향에서 처음 유리병에 술을 담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가양주 막걸리 주조장 들은 전부 유리병을 사용 하고요. 라벨지도 시사만화가 박재동 화백이 도와주셨답니다.” 

노 대표는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아 늘 도움을 받고 있다고 한다. 술 빚는 사람들의 인생이 그렇듯 그녀의 삶 또한 순탄치만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슬픈 기억이 없는 이처럼힘껏 웃는다. 


함평 자희향 국화주 

국화주는 예로부터 중앙절(음력 9월 9일)에 선비들이 높은 산에 올라가 즐겨 마셨거나 친한 친구들에게 국화주를 선물했다는 풍습에서 유래됐다. 자희향 국 화주는 고두밥을 넣기 전, 항아리 밑에 말린 국화를 까는 것이 특징이다. 지게미 가 가라앉은 청주만을 얇게 떠, 색깔이 맑고 연한 황색 빛이다. 국화 특유의 그윽 한 향취가 입안을 감돌아 차마 삼키기가 아쉽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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