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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은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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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섬의 재발견’이란 기획으로 출발한 <섬은 살아있다>는 목포 MBC가 장기적으로 계획하는 다큐멘터리이다. 올해는 두 번째 시즌으로 다도해의 탄생과 생활을 다룬 <1부, 미래의 시간>과 조도군도 사람의 생활방식인 갱번을 다룬 <2부, 갱번 생존의 경계를 넘어>, 사진작가 배병우와 함께 떠나는 신안 섬 여행 <3부, 배병우 섬을 걷다>를 제작, 방송한다. 

1부 미래의 시간 

다도해에는 한반도가 생기기 이전의 여러 흔적이 남아있다. 소청도에는 지구에 생명을 불어 넣은 남조세균이 화석으로 굳어진 ‘스트로마톨라이트’가 있고, 1 억년 전 백악기 남해안의 크고 작은 호수에 남아있는 공룡의 흔적들은 세계유산으로 가치가 충분하다. 그리고 1만년 전 낮은 구릉의 분지였던 황해는 마지막 간빙기에 바 다가 된다. 바다의 영역인 섬은 그렇게 탄생한다. 

다도해는 육지의 해안과 쌍둥이다. 만과 곶이 형성한 리아스는 하구퇴적, 바람, 파 도, 조석을 통해 오랜 시간의 흔적을 남겨 조간대가 발달했다. 서남해 해안과 섬의 갯 바위, 풀등, 갯벌, 사구와 같은 조간대는 지구에서 가장 생산성이 높은 생태계이다. 섬 사람들은 그 조간대 공간에서 채취, 어로, 어경의 문명사적 발달을 이뤄왔다. 다큐멘터 리는 섬사람들의 생명선이나 다름없는 조간대 공간과 삶의 모습을 담아냈다. 특히 50 년간 풍요의 바다를 증명한 파시의 공간, 서남해의 황금어장이 황해의 탄생과 조간대 의 환경과 밀접하다는 자연사적 비밀, ‘흑산니질대’를 시네플렉스 항공촬영과 천리안 위성영상으로 담아냈다. 

육지와 섬을 합해 한반도 해안선은 14,396.32Km. 그중 백령도에서 땅 끝까지의 서해안은 육지 2,721Km, 섬 4,166.94Km 이다. 그러나 서해안 육지의 55%는 인공 해안선, 다행히 섬의 86%는 아직 자연해안선이다. 해안선의 단축은 섬의 생명선인 조 간대의 파괴로 이어진다. 지구온난화로 100년 후 지구해수면은 약 20cm 상승할 것 이며, 조간대가 사라진 황해는 최악의 경우 4~8Km이내의 해안이 침수 될 가능성이 있다.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인공해안선으로는 이 최악의 예측에 대비할 수 없다. 

바다와 맞닿은 해안선은 섬과 연안의 생명선이다. 

2부 갱번 생존의 경계를 넘어 

“이런 것 찍어서 뭐할라고 그라요”. 

취재대상이었던 세 개의 섬(관매도, 맹골도, 독거도) 주민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아닌가 싶다. 처음에는 이렇게 생각했다. ‘갯가에서 파도 바람 맞아가며 어렵게 일하는 모습이 혹, 육지에 나가 있는 자식들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그래서 하는 말일 것이다. 그리고 취재가 끝난 지금, 이 말에는 처음과는 다른 뜻이 있음을 알았다. 

갱번.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단어다. 쉽게 말하면, 바닷가 바위에 자라나는 미역, 톳을 채취하는 행위나 그 조직을 말한다. 정월의 갯닦기, 음력 5월 물주기, 음력 6월 수확. 그 과정을 보면 육지의 ‘농사’와 별반 다를게 없다. 진도 조도군도, 가사군도 일대 의 많은 섬들이 자연산 미역, 톳 등으로 생계를 유지해 간다. 말하자면 미역과 톳이 없으면 섬이 유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관매도와 맹골도, 독거도는 갱번의 조직이 조금씩 다르다. 제작진이 이 섬들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관매도의 갱번은 공동생산, 공동분배를 통한 공동소유이다. 독거도는 섬 주민들이 개별로 소유하고 있으며 맹골도는 공동소유이지만 친족관계로 묶여 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 갱번이 변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섬 주민들이 고령화가 되어가고 있다’라는 점이다. 70대를 넘는 노인들이 대부분이며 그나마 60대 초중반의 주민들은 젊은 축에 속한다. 이제 하나 둘씩 갱번을 타 먹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나마 비교적 큰 섬인 관매도는 젊은이들이 들어오면서 갱번을 유지해 가고 있지만 과거, 갱번에 대한 엄격한 규율(입회, 공동작업, 벌칙 등)은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맹골도는 ‘두 달에 한 번씩은 꼭 섬에 들어와 하루 이상은 살아야한다’라는 일명 ‘달살기’규칙을 만들었다. 갱번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섬이 정해놓은 규칙을 따라야 한다. 섬 주민 이왕의 씨는 말한다. “이렇게라도 해서 육지로 떠난 섬주민들이 들어와 마을을 돌보게 해야 했습니다.” 관매도나 맹골도와 달리 갱번이 개인소유인 독거도는 별다른 규칙들이 없다. 거기에 나이 들어 갱번일을 못하는 주민들이 자신의 갱번을 임대하거나 포기하고 섬을 떠나면서 소수의 사람들만 미역으로 생계를 유지해가는 형편이다. 

맹골도의 김일복(73세) 동갱번강구는 말한다. (‘강구’는 갱번조직의 책임자를 말한다) “우리가 죽어지면 아마 갯닦기나 물주기 이런 것들은 없어질 겁니다.” 독거도의 조현무 이장(65세)은 말한다. “시간이 갈수록 갱번을 내놓는 주민들이 많아집니다. 자식들에게 주고 이웃에게 주고… 이제 섬이 사는 곳이 아니라 미역 캐묵는 곳으로 바뀌었어요.” 

시간이 갈수록 섬은 “생활의 공간에서 생업의 공간”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조도군도의 작은 섬들의 “공동체”는 시간이 갈수록 희미해져가고 있는 것이다. 갱번은 그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매개체인 셈이다. 

10월 미역농사가 다 끝나고 다시 찾은 독거도는 적막하기만 했다. 평생을 독거도에 산 여성자 전이장은 말한다. “요즘에는 더 허전해. 미역 끝나고 한 몇일은 꼭 문 밖에서 ‘엄마’하고 아이들이 들어올 것 같아. 이제 나도 늙었나 보네…” 

맹골도는 낚시 손님들을 받기에 드문드문 섬주민들이 들어온다. 그나마 섬에 남아 있는 건 2~3가구. 내년 정월까지는 다시 섬은 하루하루가 비슷할 것이다. 

취재를 하면서 애써 답을 찾으려 하지는 않았다. 어쩌면 ‘공동체 조직, 갱번의 변화’ 는 섬주민들 보다는 우리들에게 더 ‘불편한 진실’로 다가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3부. 배병우 섬을 걷다. 

말 그대로다. 사진작가 배병우가 3년에 걸쳐 신안의 섬을 걷는다. 취재를 하면서 하루 6시간 이상씩 매일 걸었다. 대부분은 섬 주민들도 다니지 않는 길이다. 사진 한 컷을 얻기 위해 4시간 이상을 산행을 한 섬들도 많다. 

배병우는 소나무 작가로 알려졌다. 30년 이상 소나무를 찍었으니 소나무에 관한한 박사급 이상이다. 그의 작품은 국내보다는 국외에서 더 인정받는다. ‘한국화를 사진에 옮겨놓았다’라는 평가가 달리 나온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 그가 3년 동안 신안의 섬을 찍는다. 여수가 고향이니 섬, 바다의 풍경에는 익숙하겠지만 ‘신안의 섬들은 뭔가 다르다’라고 이야기 한다. 

풍만한 여인 같은 우이도, 강한 남성미를 자랑하는 가거도, 새침한 아가씨처럼 아름다움을 숨기는 만재도, 어느 방향으로 보든 아름다운 장도, 태고적 신비를 가지고 있는 신도 등 배작가는 여행 내내 섬의 느낌들을 한마디의 말로 쏟아놓는다. 

작가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고 가봤던 신안의 섬보다는 그 이면을 더 보려고 한다. 

홍도 1구보다는 2구를, 가거도 2구의 마을이나 섬등반도 끝자락을, 알려지지 않는 우이도 모래해변을 힘들게 찾아간다. 거기에 연락선이 닿지 않는 섬까지 가기 위해 매번 ‘요트’로 여행을 떠난다. 단언컨대, 호화로운 요트의 낭만은 없다. 4명의 남자들이 거친 파도와 싸우며 고생하는 흔적만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배작가는 처음 사진을 통해 ‘신안 섬의 아름다움’을 알리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찍으면 찍을수록 이 섬의 아름다움을 지켜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든다고 한다.’ 

‘오래 봐야 더 아름다운 것을 볼 수 있다’ 

‘깊게 봐야 더 잘 보인다’ 

‘남이 본 것 보다 내가 볼 수 있는 곳을 찾으려 노력해야 한다. 그렇다면 분명 섬의 매력에 더 빠져들 수 있다’ 

신안 섬 여행은 내년까지 이어진다. 그곳에서 발로 얻은 신안 섬의 풍경들을 국내뿐 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에게 선보일 계획을 세우고 있다. 프로그램은 배병우 교수의 사진여행을 통해 신안 섬의 아름다움과 섬의 가치를 보존해야 하는 이유를 말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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