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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 안양주조장, 햇찹쌀이 하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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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하게 어깨동무 한번 해주세요.”라는 주문에 형제는 쑥스러운 듯 포즈를 취해준다. 촬영을 하는 동안 두 형제의 어깨동무 너머로 거대한 은행나무가 보인다. 주조장 이전부터 있던 나무란다. 그 은행나무가 인증하 듯 오랜 세월 구슬땀을 흘리며 우리의 술, ‘막걸리’를 만들었을 안양주조장의 모습이 스쳐지나간다. 맛좋은 막걸리를 만들기 위한 형제의 열정과 노력이 느껴지는 안양주조장이다. 

장흥군 안양면 당암리. 그곳에 위치한 안양주조장 채창윤(44) 대표를 만났다. 정장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젊은 사업가이다. 채씨 집안의 형제가 운영하는 안양주조장은 형인 채창윤 씨가 주류와 누룩 관련한 연구를 주로 맡고, 유통과 공장 운영은 전반적으로 아우인 채창헌씨가 도맡아 하고 있다. 안양 주조장의 역사는 약 80년 정도이다. 채 형제가 세 번째 주조장의 주인으로 부모님의 운영 기간을 포함하면 40년 정도 된다. 

“6년 정도까지만 해도 아주 열악했어요. 그저 시골의 조그만 주조장이었지요. 그때는 지금처럼 막걸리붐이 일어나기 전이었으니깐. 사업을 이어받으면서 제대로 한번 일으켜보고 싶었어요. 대학을 한 번 더 다니면서 제대로 공부도 하고 연구도 많이 했어요. 대학교 부속 연구소에서 얻은 결과를 통해 차츰 특허를 내어 등록시켰지요. 시간이 흐르면서 그 결과가 나중에 쌓이면서 홍보가 되고 다른 매스컴에 많이 알려지더군요.” 

채 대표의 꾸준한 연구를 통해 안양주조장은 차츰 좋은 성과를 얻게 되었 다. 2010년 남도 전통술 품평회에서는 ‘햇찹쌀이 하늘수’가 전라남도 대표주로 선정되었다. 올해는 내로라하는 우리술 품평회에서 ‘안양 동동주’가 장려상을 수상하여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이라는 영광을 얻게 되었다. 

주조장 인근에는 건물을 짓는 공사가 한창이다. 정부인증 마크인 HACCP(해썹)시설을 짓는 중이다. 주류공장에서 HACCP 마크를 받은 곳은 서울의 대형주류 기업과 장흥 ‘안양주조장’이 유일하다. 이곳을 통해 정부지원을 받고, 막걸리를 포함한 다른 약주 생산에서도 안정된 생산 라인을 갖춰질 것이라고 채 대표는 말한다. 

박학다식한 안양주조장 대표 채창윤 씨.

고급주의 비결, 장기 숙성과 누룩생산

안양주조장 막걸리의 특징은 바로 장기 숙성과정이다. 보통 막걸리는 생산과 동시에 유통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장기 숭석과정이 없어 국내외적으로 고급주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안양 주조장에서는 다른 주조장과 달리 저온 저장소를 마련하여 6개월에서 1년 정도 숙성과정을 거친다. 긴 기간 동안의 숙성을 위해서는 비용과 시간이 만만치 않을 텐데 막걸리를 고급주로 만들기 위한 채 대표의 노력이 느껴진다.

“국(누룩) 공장은 우리나라에서 3곳밖에 없습니다. 국 만드는데 기술려과 환경적인 요인이 중요해요. 특허기술이 없으면 국이 산패되고 생산 자체가 힘듭니다. 그런데 저희는 이곳에서 모두 해결을 하지요. 직접 국을 생산하고 막걸리를 생산하는 곳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어요. 우리의 대표저인 국은 표고 누룩입니다. 인근의 표고버섯 전문기관에서 얻은 표고 균사체로 국을 배양시킵니다. 표고버섯은 항암식품으로도 유명합니다. 막걸리를 마시는 동시에 표고버섯의 효능까지 얻을 수 있지요. 표고버섯 이외에도 저희 주조장에서 자체적으로 만들고 있는 누룩이 5가지입니다.” 채 대표의 궁극적인 목표는 최고의 명주화이다. 안정적인 재료 공급을 위해 2만 평의 찹쌀 농사를 직접 짓고, 좋은 물을 사용하기 위해 지하수를 직접 끌어 쓴다. 쌀은 국내산이라 표기하지 않고 장흥에서 나오는 쌀만 이용하기 때문에 아예 전남 장흥산이라 표기한다며 그는 자신있게 말한다.

누룩연구에 대학 특강, 농사일, 사업까지 무척 바쁘겠다 말하니 채 대표는 좋은 술을 얻기 위해서는 뭐든 열심히 해야 한다며 살며시 웃음 짓는다.

2010년 남도 전통술품평회에서 대표주로 선정된 ‘햇찹쌀이 하늘수’ 

안양의 대표주류, 햇찹쌀이 하늘수

‘햇찹쌀이 하늘수’는 장흥 유기농 단지에서 직접 생산한 100% 무농약 찹쌀로 빚은 고급 막걸리다. 우리조상들이 추석에 햇곡식으로 술을 빚어 제사를 지내고 즐겨 마셨다는 ‘신도주’에서 유래한다. 술맛은 묵은쌀이나 수압쌀을 사용할 때보다 산뜻하고 묵은쌀의 곰곰한 냄새가 덜하다. 사이다 같은 톡톡 쏘는 청량감이 뛰어나다. 주로 밀가루와 수입쌀 등을 원료로 만들어왔던 기존의 막걸리는 농촌경제에 큰 도움을 주지 못했지만, 햅쌀 막걸리는 농촌경제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햇찹쌀이 하늘수는 국가지정 술 품질인증의 골드마크를 받았다. 골드마크는 국내산 원재료만을 사용하여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에 주는 마크이다.

높은 곳에 올라와 맛보는 막걸리 한 잔과 안주가 기가 막히다.

스스로의 담금질이 필요할 때, 등산과 막걸리

걷기 열풍이 불면서 직접 걸으며 땀을 흘리는 등산 인구가 늘고 있다. 그런데 덩달아 막걸리 주조장의 매출까지 늘어났다. 왜일까? 눈치 챘겠지만, 막걸리는 등산주로 대표적인 술이다. 막걸리의 적당한 알콜 기운은 몸을 따뜻하게 하고, 몸을 흐트리지 않으면서 에너지를 공급한다. 또한, 갈증 해소도 뛰어나 등산뿐 아니라 고급 골프장에도 들어간다. 이것이야말로 막걸리 인기를 이끈 견인차가 분명하다. 억세의 천국, 장흥 천관산의 입구에 들어서자 다른 등산 입구와 같이 식당과 쉼터들이 즐비하다. 상점들의 내부에 있는 냉장고 속에는 막걸리가 가득하다. 장흥답게 ‘햇찹쌀이 하늘수’와 ‘안양 동동주’가 눈에 띈다. 막걸리 두 병을 가방에 넣고 출렁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천관산 산행을 시작한다. 평일임에도 많은 인파가 천관산을 오르내린다. 깎아지는 듯 절벽과 절경이 발밑으로 아찔하다. 턱밑으로 깊은 숨이 차오르며, 쓰라린 기억과 지난 인연들이 스쳐 지나간다. 스스로의 담금질이 필요할 때, 많은 사람들이 산을 오르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중간쯤 왔을까. 막걸리와 맥주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는 등산객들을 만났다. 평일에 근무 안 하고 어찌 산을 오르냐 물으니 막노동을 한다며 농을 친다. 알고 보니 광주 소방대원들이다. 단합을 위해 오랜만에 직원들과 함께 천관산을 오르고 있었다. “막걸리 세 병을 마셨더니 다음 날까지 안 깨더라고, 조심해야겠어. 막걸리가 낮에 먹으면 부모님도 못 알아보는 술이여.”

“옛날에 아버지가 막걸리 받아오라고 주전자 들고 시키면서 뚜껑에 한 모금씩 마시면서 돌아왔제. 그때가 딱 국민학교 시절이었제. 내가 그때부터 술을 마셨던 사람이여.” “옛날에는 막걸리가 밀주로 금지 됐었제. 근디 우리 할머니가 집에서 몰래 만들었어. 옆에서 몰래 동동주 마시고 얼굴에 싹 술이 올라오면서 마루에서 잠들고. 할머니가 남은 막걸리를 끓여 알콜은 없애고 설탕을 첨부해서 나 어릴 적에 많이 먹였제.” 막걸리에 대한 추억이 있느냐는 말에 어릴 적 기억을 다양하게 쏟아낸다. 그들은 등산할 때는 막걸리가 최고라고 말한다. 달고 갈증에도 그만이다. 그래서 등산할 때는 막걸리를 항상 가지고 다닌다 한다. 높은 곳에 올라와 남해의 푸른 다도해를 바라보며 마시는 막걸리 한 잔과 닭튀김 안주가 기가 막힌다.

막걸리의 선물, 막걸리 식초 

막걸리 식초는 인간에게 주는 막걸리의 보너스이다. 와인 문화권에는 와인 식초가, 막걸리 문화권에서 막걸리 식초가 오래전부터 사용되었다. 막걸리 식초는 예부터 우리 민족에게 아주 익숙하다. 따뜻한 부뚜막에 주둥이를 솔잎으로 막아 공기를 통하면서도 이물질을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둔 식초병이 집집마다 있었다. 그 식초를 음식의 간을 내주는 양념으로 썼다. 막걸리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장흥의 대표 음식이 삼합이다. 홍어의 삼합이 아니라 장흥산 표고버섯과 한우 그리고 키조개를 같이 먹는 삼합이다. 넓은 득량만 갯벌이 위치한 안양면 수문리 앞바다를 방문했다. 해변 여기저기 바지락 캐기 옷차림을 한 주민들이 지나간다. 대표 특산물답게 거대한 키조개 조각상이 거리에 꽂혀있다. 

안양주조장 막걸리를 공급받아 식초를 만든다는 식당을 찾아갔다. 유명한 식당답게 이미 여러 방송의 흔적이 남아있다. 이 식당은 바지락 키조개 회무침에 막걸리 식초를 넣는다. 잠시 후 시큼한 냄새가 느껴지는 키조개 회무침이 흰 접시에 가득 쌓여 등장한다. 일반 빙초산을 넣은 일반 음식과 달리 깊고 향긋한 맛이 느껴진다. 흰 밥에 회무침 을 비벼 먹으니 다른 반찬에는 따로 손이 가지 않는다. 회무침 한 숟가락에 같이 나온 바지락 국을 떠먹으니 안성맞춤이다. 식당 주인에게 직접 만든 식초막걸리를 보여줄 수 있느냐 물었다. 그러자 뒤편에 있는 창고로 안내한다. 주방 한 켠에는 식초 막걸리가 가 득하다. 

“막걸리 식초는 공기가 맞닿은 부분이 많아야 신도의 농도가 높아집니다. 그래서 상온에서 천천히 발효시키지요. 회나 무침에 막걸리 식초를 넣으면 비린내도 가실 뿐 아니라 짠맛도 부드럽게 해줍니다. 맛뿐만 아니라 영양도 풍부해 지지요.”라며 식당 주인은 말한다. 

키조개 회무침 한 접시에 3만 원이다. 매해 5월마다 열리는 키조개축제를 보내고 한 적한 어촌마을을 유유자적 둘러보는 낭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장흥 앞바다가 담긴 밥상. 중앙에 키조개회무침과 시원한 국물이 일품인 바지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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