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화려한 휴가
5.18 그날의 작전명 “화려한 휴가”에서 모티브를 따온 영화 화려한 휴가의 첫 장면이 바로 여기서 촬영되었다.
1979년 10.26을 계기로 유신독재가 끝나고 억눌렸던 국민들은 민주화의 봄이 올 것을 열망했다. 극 중 민우(김상경)가 택시를 몰고 메타세쿼이아 길로 흥겹게 들어오는 모습에서 민 중이 느끼는 민주화의 봄이 이런 풍경일까. 하지만 머지않아 신군부세력이 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장악한다. 80년 봄, ‘비상계엄령 전국확대’를 선포하고 주요 도시 및 대학에 계엄군 을 주둔시키는 상황에서 광주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영화의 결말과 상반되는 오프닝이라 그런지 메타세쿼이아의 아름다운 모습보다 처연한 느낌을 받았다. 깊이 감정이입을 한 모양이다.
메타세쿼이아의 화려한 휴가
서론부터 영화이야기를 길게 늘어놓은 까닭은 이곳 담양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또한 이런 위기를 극복한 사연이 있기 때문이다.
1972년 ‘전국 가로수길 조성사업’ 당시 시범지역으로 지정되어 1972년에 담양읍-순창 (국도 24호선) 경계까지의 약 8km 도로에 가로수로 식재 되었다. 당시 3~4년생 메타세쿼 이아 묘목을 심은 것을 이후 담양읍 학동구간 메타세쿼이아 명소길에 수령 40년생 470본을 비롯해 월산면에서 담양읍으로 연결되는 15번 지방도, 봉산면과 담양읍을 잇는 29번 국 도, 금성면과 순창군을 잇는 24번 국도 등 여러 도로 구간에 총 5,00여 본의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가로수로 식재되었다. 이런 작업 끝에 현재의 울창한 가로수 터널길이 완성 되었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길이 없어질 뻔 했다는 사실! 지난 2000년 국도 24번 확대 포장 공사 당시 고속도로가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을 뚫고 새로 건설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 소식을 듣고 마을 사람들이 반발해 결국 고속도로 노선을 바꿨다고 한다. 그 이후로 학동리 1.5키로 구간은 전면 차량 통행을 금지하고 가로수 길을 가꿔 현재는 죽녹원과 함께 담양을 대표하는 명소가 되었다. 사실 지금 관광명소가 되어 당연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메타세쿼이아 일화를 듣고 놀랐다. 24번국도 확장은 엄연히 국책사업인데 그 결정을 번복하기까지 주민들의 꾸준한 노력도 있었겠지만 나랏님들의 고민도 컸을 것이다. 민주주의의 참모습을 바로 메타세쿼이아길이 증명하는 것 같았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왠지 의미심장한 표정이 되어 탐정이라도 된 마냥 감독의 의도를 추리했다. 영화 화려한 휴가를 이 곳에서 촬영한 것이 우연은 아닐 것이라고 결론내렸다.
메타세쿼이아, 그리고 담양
메타세쿼이아 길을 찾아갈 때 멀리서 봐도 울창한 숲길이 두 군데 보인다.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식재되어 별반 다르지 않은 차도와 인도이다. 그 사이에서 어느 곳이 TV에 나왔던 곳인지 헷갈릴 수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찾았던 메타세쿼이아 길은 유료화된 인도길이다. 입장료를 받는 메타세쿼이아 길은 쉴 수 있는 공간부터 굴다리 갤러리까지 많은 볼거리가 마련되어 있다. 영화 화려한 휴가에서 비포장도로를 택시가 달려오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극 중 민우가 택시운전을 하는 모습은 아마 차가 다니지 않는 가로수길에서 촬영했을 것이다.
메타세쿼이아 길은 수차례 방송을 타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 명칭은 몰라도 누구나 한번쯤 TV에서는 봤을 것이다. 많은 광고를 비롯해 가을로, 와니와 준하, 푸른물고기, KBS 1박2일 그리고 각종 CF등 많은 영상이 촬영됐다. 굴다리 갤러리에서 어떤 촬영을 했는지 전시되어 있어 그 자취를 만날 수 있다. 벽에 아기자기한 그림부터 굴다리 갤러리까지 하나하나 정성이 묻어 있다. 이제 마을 사람들만의 메타세쿼이아 길이 아니다. 메타세쿼이아 길은 이제 엄연히 국민 가로수길이다.
국민 가로수길이라는 이름에 대한 방증으로 담양의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들은 아름다운 길로 여러 번 선정되었다. 2002년에 산림청과 생명의 숲이 주관한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거리 숲 부문 대상을 수상했으며 2006년 건설교통부 주관 <전국의 아름다운 도로 100선>에 선정됐고 2007년에는 한국도로교통협회 주관<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최우수상에 선정 되었다고 한다.
메타세쿼이아 길 주변 촬영명소
이곳 메타세쿼이아 길 바로 건너편에는 죽녹원이 있다. 근처 초등학생들이 소풍 왔는지 앞선 선생님을 따라 내려오고 있었 다. 진한 대숲의 향, 시원한 바람이 대나무를 가르는 소리, 찰방거리며 돌아가는 물레방아, 그리고 팬더 동상이 이국적인 느낌 을 풍겼다. 메타세쿼이아 길과 마찬가지로 이곳 죽녹원도 중국의 무협 영화를 찍었을 법도 한데, 아니나 다를까 팻말이 있었 다. 영화 알포인트를 찍었다고 한다. 이 곳 외에도 담양의 촬영명소로 소쇄원이 있다. 광주 방향으로 가면 죽녹원과 많이 떨어 진 곳에 위치한다. 이곳도 입구 쪽은 대나무 숲을 이루고 있다. 냇가에 오리가 떠다니는 모습도 감상할 수 있는데 여기 담양 시 간만 느리게 가는 느낌이 들었다. 덧붙여 담양 창평은 한국의 몇 안 되는 슬로시티 중 하나이다. 담양을 이렇게 멋진 관광도시 로 일궈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이 깃들었는지 알 것 같았다.
전혀 다른 뜻으로 쓰인 화려한 휴가. 이 곳 담양에서 화려한 휴가는 먼저 ‘화려한 휴가 보내기’ 적합한 관광명소 담양을 뜻 한다. 또 관광명소를 만들기까지 노고한 주민의 힘, 정부 대응의 의미인 민주주의를 상징할 것이다.
바람도 서행하고 햇살도 느릿느릿 내리쬐던 담양 메타세쿼이아 길, 한국이 아닌 것 같던 그 곳에서 화려한 휴가를 보내고 온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