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 풍부하다는 풍양(豊陽)면에 위치한 주조장. 그 이름을 따 마을 한 쪽에 자리한 풍양주조장을 방문했다. 거대한 체구의 인상 좋은 이승근 대표. 60살 나이에 맞지 않게 180cm가 넘는 장신에 무뚝뚝하지만 호감이 가는 인상이다. 고흥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다. 그는 4년 전 풍양주조장을 인수하면서 주조장 사업에 뛰어 들었다.
이 대표는 유자막걸리를 맛보고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그 사람들이 직접 외국까지 가지고 나가 외국에서도 많이 찾는다.
“외국까지 유통경로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유통기한이 길어야 하는데 10일 밖에 안돼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래서 살균주를 개발하는데 처음 시도하는 거라 100프로 살균이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막걸리의 효모는 당분을 알코올로 변화시켜줍니다. 이 효모가 바로 막걸리의 단맛을 나중에 식초로 만들어 주는 기능을 합니다. 막걸리에서 단맛과 신맛은 아주 상극이거든요. 이 효모만 없애 도록 해야 하는데 막걸리의 좋은 균까지 죽이는게 문제입니다. 오히려 좋은균은 약해서 금방 죽어요. 그런 기술을 개발 하는게 숙제입니다.“
그래서 이 대표는 살균주를 개발 중이다. 만약 살균주가 가능하면 1년까지 유통기간이 늘어 전국적으로 유통망도 확대될 뿐만 아니라 일본 수출도 가능하다. 이 대표의 아내는 집안의 냉장고에서 유자 막걸리 살균주를 맛보게 하였다. 기존에 팔고 있는 유자막걸리에 비하면 맛은 확실히 유자향이 강하다.
재래종 유자는 한 번 심으면 손자 때나 따먹는 나무로 열매를 수확하기까지 기 간이 길다. 15년 정도 걸리는 수확 기간을 어느 한 농대 교수님이 5년 만에 유자 를 수확하는 개량종 유자나무를 개발하였다. 그 후 유자 생산량이 높아지면서 유자는 고흥의 특산물로 급부상하고 이 대표는 유자 막걸리를 시도하였다. 막 걸리의 좋은 영양분과 함께 유자 고유의 향기로운 향과 함께 마시는 막걸리이 다. 또한 이 대표는 유자뿐만 아니라 석류 막걸리도 개발 중이다. 하지만 석류는 유자보다 신맛이 강하고 향이 약하여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고 한다.
여러 지역에서 나오는 유자막걸리와 풍양주조장의 유자 막걸리의 차이점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지리적 표시의 고흥에서 나온 유자를 사용해야 진짜 유자막 걸리라는 것이다. 타 공장들과 달리 풍양주조장은 농원에서 유자를 직접 공수해 와 유자를 모두 직접 가공을 한다. 겨울철 수확한 유자는 깨끗이 손질해 냉장 보 관해놓고 사용한다. 매끈한 표면의 밀감과는 달리 유자는 곰보가 깊고 딱딱한 유자가 향이 깊고 좋은 상품이다. 이 대표는 다른 업체에서도 좋은 유자 막걸리 를 만들어서 팔면 좋은데 그렇지 못해 유자막걸리의 신뢰도가 추락한다고 속상 해 한다.
이 대표에게는 든든한 지원자가 있다. 바로 막걸리 사업을 돕는 아들이다. 아 들은 풍양주조장의 본부장을 맡고 있다. 방문 당시 아들은 만나지 못했지만 서 울의 백화점의 입점과 외국 등 다양한 유통경로를 뚫기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 다. 아버지가 지방에서 막걸리를 제조하면 아들은 이를 팔기위한 여러 지역에서 홍보와 유통경로를 확보하는 것이다. 그는 어느 아버지와 같이 든든한 아들이라 며 덕분에 믿고 막걸리를 만든다고 말한다.
– 달콤하고 맛있는 막걸리 등장 –
일본인들도 그렇고 한국 여자들도 그렇고, 다들 막걸리가 맛있다고 말한다. 그때 맛있다는 말에는 달콤하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시금털털했던 막걸리가 요즘 들어와 달 보드레해진 것이다. 사이다 맛이 날 정도로 달달하고 맛있다. 이 막걸리의 단맛이 소비층을 확대하는 데에 기여함은 분명하다.
겨울의 유자차만큼 고흥 유자막걸리는 달고 맛이 있다. 탁주 특유의 부드러운 감칠 맛과 유자향이 잘 어우러져 칵테일처럼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젊은 여자 계층이 직접 찾아 주문을 하고 외국을 나갈 때 선물로 가지고 간 사례가 많다. 단맛을 싫어하는 주당들은 단맛이 흠이 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달보드레한 유자막걸리가 인기를 끄는 중요한 요소인 것만은 확실하다.
풍양 주조장은 막걸리의 고두밥을 쪄내고 식히고, 섞고 배양까지 모든 과정을 자동화 시켰다. 다른 업체와는 달리 제국기라는 거대한 통에서 이 모든 과정을 거친다. 약 48시간이 제국기에서 소요된다. 발효실에서는 발효 효모가 골고루 섞이도록 날마다 주걱으로 저어준다. 발효통 안에는 스프링 모양의 호스가 있다. 발효 시 발생하는 열을 이 호스에 물을 주입하여 식힌다. 이때 유지하는 저온 온도가 주조장마다 다른데 풍양주조장은 25도를 유지한다. 발효 시 저온을 유지하고 고온을 유지하고는 주조장마다 가지는 노하우다.
술은 물장사라며 옛부터 좋은 물이 나오는 곳에 주조장 터를 잡았다. 실제 이 대표의 안내로 주조장 인근에 지하수를 끌어다 쓰는 우물터를 볼 수 있었다.
유자는 마지막 과정에 주입이 된다. 유자 껍질과 알맹이를 동시에 사용하는 유자차와 달리 유자막걸리는 껍질만 사용하여 숙성을 시킨다. 알맹이는 쓴맛이 나기 때문에 따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유자가 적절하게 들어가도록 주입하는 것도 기술이 필요하다. 유자가 좋다고 오히려 많이 들어가면 향이 강하고 먹지를 못한다.
– 고흥의 9味, 여수 엑스포 오찬주-
유자막걸리는 참장어, 낙지, 삼치, 전어, 서대, 굴, 매생이, 붕장어 등과 함께 고흥이 자랑하는 맛, ‘고흥 9미’에 속한다. 전국을 통틀어 막걸리가 味에 선정되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니다. 다른 음식도 아니고 막걸리가 고장의 味로 선정되었다니 특이하다. 또 유자막걸리는 작년 여수 엑스포 D-100 오찬주로도 선정되었다. 어떻게 선정되었느냐는 질문에 옆에 있던 이 대표의 아내는 설명한다.
“오찬주 선정단들이 전남의 술을 모두 마시고 다녔어요. 저희 주조장에 와서도 술을 마시고 갔는데 그 사람들이 선정단인지 저희는 몰랐지요. 모르게 왔다갔더라고요. 나중에서야 전화로 우리 술이 엑스포 성공기원 오찬주로 선정되었다고 연락을 받았지요. 덕분에 유자막걸리가 그 당시 유명세를 탔어요.”
앞으로 주조장에 더 바라는 점이 없냐는 질문을 했다. 이 대표는 사업 성공이야 술이 맛있고, 없고 따라오는 것이니 막걸리를 정성껏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맛있게 마셨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작지만, 큰 소망 안에 막걸리를 만드는 그의 장인 정신이 느껴져 가슴이 따뜻해 진다.
– 고흥 유자공원 –
유자공원은 풍양주조장과 마주하고 있다. 고흥의 자랑거리답게 따로 유자공원을 만들어 관리하고 있다. 휘어지듯 알알이 열려 있는 유자의 노란 향연이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잡는다. 향긋한 향에 머리가 어지럽다. 바람이 불면 유자향이 온몸을 뒤덮고, 향기에 취해 호흡이 제법 깊어진다.
유자나무에 꼬물꼬물 움직임이 보인다. 유자공원 안에서 유자를 수확하고 있는 농 민들이다.
“고흥의 유자야 좋지요. 비타민 C가 많아 감기도 안 걸리고. 고흥은 삼면이 바다라 해풍 맞고 자라는 유자에게는 천혜의 조건이지요. 남해안에 위치해 날씨도 따뜻하고 제주도, 고흥에서 유자가 잘 자라요. 옆에 아저씨 보시오. 90살 됐는데, 60살처럼 안 보이요. 허허허.”
유자는 봄에 꽃을 피고 열매를 맺어 11월에 수확을 한다. 10개월이라는 긴 기간을 통해 열매를 얻는다. 다른 과실수에 비해 매우 길다. 수확은 찬바람이 부는 11월 초부 터 시작해서 12월 중순까지 약 1달 반은 수확물을 얻는 기간에 비하면 짧다. 유자공원 에서 얻은 유자는 대부분 유자차를 만드는 공장으로 운송된다. 좋은 유자는 서울의 가락동 시장까지 올라간다.
유자나무에는 가시가 있어 열매를 따기가 쉽지 않다. 유자 수확은 대개 2개 조로 역할을 나눠 이뤄진다. 남자들은 사다리를 타고 높은 곳의 유자를 따고 여자들은 낮은 곳의 유자를 따거나 바닥에 떨어진 황금 유자를 담는다. 뚝뚝 떨어지는 것이 유자 따는 재미를 돋운다. 초록 풀밭에 사방천지 노란 유자가 떨어지는 것이 감탄을 일으키는 별천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