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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과가 꽃보다 아름다워’

명인의 솜씨가 빛나는 명진식품의 '담양 한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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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설날이나 추석이 돌아오면 언제나 특별한 간 식을 맛보곤 했다. 외할머니가 손수 만드신 한과가 바로 그것이다. 명절이 시작되기 몇 주 전부터 시골을 찾아올 손자들을 위해 외할머니는 잠을 쫓으시며 밤새 한과를 만드셨다. 한 입에 넣고 씹으면 부드럽게 녹아드는 유과, 바삭한 식감이 일품인 강정, 생김새도 맛도 가히 한과 중에는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약과 등 그 종류와 모습은 다양했지만 외할머니의 정성이 주 재료라는 점은 다를 바가 없었다. 내게 있어 한과란 이처럼 뭉클한 과거의 추억으로 다가온다. 

맛있는 것을 찾아 시작된 발걸음이 처음으로 멈춘 곳은 전라남도 담양. 도시의 번잡함을 잠시 잊은 한적 하고 조용한 산길 끝에서 어릴 적 향수와 다시 한 번 마주쳤다. 산허리를 휘감아 불어오는 바람에서 특유의 고소한 냄새가 섞여 있는 듯하다. 마치 무언가에 이끌리듯이 추억을 따라 문을 두드린 그곳에 담양 한과 명진식품이 자리 잡고 있었다. 

명인이 빚어낸 품격 있는 달콤함 

“우리는 한과에 특별한 재료를 넣지 않습니다. 오직 우리 땅에서 자란 콩과 쌀을 전통 그대로 조리해 조청을 빚고 한과를 만들어왔지요. 과연 이보다 더 좋은 재료가 있을까요?” 넉넉하고 푸근한 인상을 지닌 명진식품의 대표, 박순애 명인은 담양 한과에 대해 자신 있게 소개한다. 이곳 담양 한과의 맛의 비결은 특별한 조리법도, 며느리도 모른다는 비밀 재료도 아니다. 한과에 들어가는 재료 모두 우리 땅에서 키우고 거둔 순수한 농산물이라는 점이 포인트다. 한과에 들어가는 쌀과 콩은 물론, 거의 필수로 들어가는 조청 역시 직접 발효시켜 만든다. 다른 브랜드의 한과처럼 설탕과 물엿을 넣어서 만들 수도 있지만 명진식품에서는 오직 조청만을 고집한다. 조청 특유의 그윽한 단맛이 곡류의 고소한 맛을 자극해 더 깊은 맛을 끌어내기 때문이다. 

박순애 명인의 세심한 손길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명진식품은 다른 브랜드와의 차별화를 위해 검정, 노랑, 초록, 보라 등 여러 가지 색의 한과를 개발했다. 물론 여기에 인조 색소가 들어갈 리 없다. 자연이 간직한 그대로의 색을 가져다 썼다. 흑미로 검은색을, 백년초 가루로 보라색을, 단호박 가루로 노란색을 냈다. 거기다가 식재료 본연의 맛 역시 그대로 살려 차별성을 두 배로 높였다. 

특유의 기름 냄새나 재료의 강한 향 때문에 한과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또한 쉽게 부스러지는 탓에 먹고 나면 주변의 부스러기를 수습하느라 귀찮아지는 게 사실이다. 거기다가 단단한 것은 거의 흉기 수준이라 엿강정 잘못 먹고 이가 나갔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한과는 다르다. 우리가 흔히 먹는 비스킷처럼 깔끔하고 담백하다. 식감도 마냥 부스러지지도, 마냥 단단하지도 않다. 오물오물 씹으면 조청이 뭉쳐 깊은 단맛을 그려낸다. 가볍게 흩어지지 않고 오랫동안 입안에 남아 서서히 녹아드는 그 맛은 어떤 과자에서도 맛볼 수 없는 오직 담양 한과만의 매력이다. 

한과 공장 내부. 언제나 청결하고 위생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담양 종가의 음식,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다.

최근 담양이 자랑하는 한과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명진식품 한과는 사실 종가 제사상에서부터 출발했다. 76년 박순애 명인은 담양 종갓집 11남매 중 장손과 결혼해 종부가 되었다. 일년에도 16번이나 되는 제사가 있었다고 하니 맏며느리로서 얼마나 책임이 막중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여러 차례 제사를 지내다보니 자연스럽게 요리 솜씨가 무르익었고, 주위의 권유로 97년부터 사업을 시작해 지금에 이르렀다. 

“한과라고 해서 꼭 옛것을 고집하지는 않아요. 물론 한과를 만드는 방식은 전통을 기반으로 하지만 한과의 맛은 현대인들의 입맛에 맞도록 개량하고 있지요. 아울러 우리나라 사람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게 연구를 거듭하고 있습 니다.” 박순애 명인은 전통의 현대화와 세계화를 강조했다. 담양 한과는 최근 국내뿐만이 아니라 세계로 눈을 돌리며 우리나라 전통 한과를 세계인의 입맛에 맞도록 변화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현재 박순애 명인은 한국전통떡한과세계화협회 회장을 겸하고 있다. 장차 한과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것이 그의 꿈이자 목표이다. 과거 외국인들을 상대로 체험회를 열어 큰 호평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근래에는 꽃처럼 아름다운 한과라는 뜻의 ‘아루화’라는 브랜드를 출시해 이름 그대로 꽃보다 아름다운 한과를 선보이고 있다. 아루화는 추석이나 설날에 품격 있는 선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중이다. 또한, 명절에 월병을 주고받는 중국인들에게 한국식 월병이라는 별명으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담양 창평면에 있는 명진식품을 방문하면 온갖 종류의 한과를 한 봉지에 5천 원이라는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구입할 수 있 다. 과자봉지 안에 질소가 들었는지 의문이 가는 일반 시중 과자와는 차원이 다르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찾아와서 얼마든지 양 어깨가 든든해져 돌아갈 수 있으니 걱정 마시라. 그러니 스스로 식객을 자부하는 이라면 한 번 발걸음을 옮겨보는 건 어떨지. 그대의 까다로운 입맛을 사로잡을 그윽한 단맛을 얼마든지 기대해도 좋다. 참고로 명진식품에서는 한과를 만들 수 있는 한과체험과 한옥 숙박도 겸하고 있다. 혼자 아닌 여럿이 가게 된다면 한번쯤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한과 만들기 체험 중인 제크콩영어놀이어학원 어린이들. 웰빙 한과를 직 접 만들어보고 먹어 볼 수도 있어 체험학습 장소로 인기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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